"잘나가던 킹크랩 사업, 해적 탓에 접어…초당옥수수로 다시 일어섰죠"

입력 2022-07-13 17:33   수정 2022-07-21 15:10


초당옥수수는 매우 단 옥수수라는 뜻이다. 지금은 시중에서 많이 팔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작물이었다. 이를 토착화시킨 주인공은 당시 20대 예비 창업인이었던 김재훈 식탁이있는삶(퍼밀) 대표(38·사진)다. 2011년 초당옥수수를 처음 접한 뒤 종자를 들여와 국내 환경에 맞는 재배법을 개발했다.

초당옥수수 외에도 다양한 품종 교배와 재배법 개발을 통해 ‘스낵 토마토’ ‘동굴 속 호박 고구마’ 등 독특한 이름의 농산물을 내놓으면서 애그리테크(농업+기술)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농산물은 고부가가치 제품”
김 대표는 스스로 ‘도시농부’라고 말한다. 경북 의성이 고향으로 어릴 적부터 농사꾼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제가 2014년 식탁이있는삶이란 회사를 차리고, 퍼밀이란 유통 플랫폼을 내놓은 것도 전자상거래(e커머스)와 연계된 농업 혁신을 이뤄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자체 플랫폼을 통해 초당옥수수를 비롯해 농가에서 재배한 작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농가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도우면서 농업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싶었습니다.”

퍼밀은 초당옥수수를 비롯해 ‘스페셜티 푸드’라는 이름을 붙인 40여 가지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스페셜티 푸드는 △동굴에서 숙성시킨 ‘동굴 속 호박 고구마’ △전통 재배법을 살린 ‘3년 주아재배(마늘 꽃대에서 채취한 씨마늘을 종자로 재배하는 것) 의성한지형 토종마늘’ △스낵을 먹는 듯 바삭하고 달콤한 ‘스낵 토마토’ 등 종류도 다양하다.

초당옥수수를 이을 히트 상품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전통 쌀을 일본 품종과 교잡해 더욱 찰지고 윤기 나는 쌀을 개발하고 있다”며 “초당옥수수처럼 단맛이 나는 ‘더단감자’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파인애플 맛 나는 딸기’도 개발 중이라고 했다.
○스마트팜부터 라스트마일까지
퍼밀은 다음달 국내 최초로 연중 내내 초당옥수수를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팜’도 열 계획이다. 김 대표는 “퍼밀의 차별점 중 하나는 200여 개 농가(영농조합 등 포함)와 제휴를 맺고 콘텐츠를 입혀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농민들의 얼굴을 알리는 등 상품에도 스토리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새로운 사업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올해 11~12월께 첫 오프라인 상점인 ‘플래그숍’을 열려고 한다”며 “서울 도심에 생활 밀착형 상점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에 내년까지 12개 정도의 플래그숍을 열겠다는 목표다.

플래그숍은 근거리 배송 네트워크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직접 판매도 하고, 온라인몰과 연계된 물류창고 역할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선식품업체 오아시스마켓처럼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재고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적 탓에 사업 접은 기억도
김 대표는 과거 20대 후반의 나이에 케냐에서 킹크랩을 수입해와 매달 1억~2억원의 순이익을 낼 정도로 큰돈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소말리아 해적에게 배를 납치당해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던 아픈 기억도 있다.

“러시아에서 크랩 한 마리를 수입해 올 때 10달러를 줘야 한다면 케냐 크랩은 1~2달러면 수입할 수 있었어요. 가격 경쟁력이 월등했죠. 그런데 배가 나포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결국 3~4개월 뒤 배는 풀려났지만 모든 게 망가져 있었죠. 보험도 들지 못했기 때문에 큰 피해를 보고 사업을 접었습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농산물 유통이라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퍼밀은 최근 2년간 연평균 매출 100억원가량을 올렸다. 전체 매출에서 초당옥수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40% 정도다.

김 대표는 “옥수수라는 단일 품목으로 연 40억~50억 정도 매출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퍼밀은 하이트진로 등으로부터 누적 1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기업가치는 4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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